오늘의 나는

요즘 MBTI 물어보면 늙크크? MBTI 유행 끝났다는 말과 그래도 알아 두면 좋은 이유

카페에서 MBTI 카드를 자랑스럽게 든 친구와 장난스럽게 놀리는 친구들 일러스트

처음 만난 자리에서 "혹시 MBTI 뭐예요?"라고 물었더니 상대가 웃으면서 "아 요즘 누가 MBTI 물어봐요"라고 한 적 있나요? 몇 년 전만 해도 자기소개의 필수 항목이던 MBTI가 이제는 꺼내는 순간 늙크크(늙은이 + ㅋㅋ) 소리를 듣는 주제가 되기도 해요.

그럼 MBTI는 정말 한물간 걸까요? 결론부터 말하면 유행의 온도는 확실히 내려갔지만, 쓸모까지 사라진 건 아니에요. 이 글에서는 MBTI 피로감이 왜 생겼는지, 요즘은 뭘로 넘어갔는지, 그리고 그래도 MBTI를 알아 두면 좋은 이유와 센스 있게 이야기하는 법까지 정리해 볼게요.

MBTI, 왜 늙크크 소리를 듣게 됐을까

한때 MBTI는 거의 모든 대화에 끼어 있었어요. 소개팅 첫 질문, 회사 자기소개, 예능 자막, 심지어 채용 공고에까지 등장했죠. 문제는 너무 많이, 너무 오래 쓰였다는 거예요.

  • 첫 만남마다 같은 질문을 받다 보니 식상해졌어요.
  • "너 T라서 그래", "역시 극I"처럼 사람을 네 글자로 단정하는 말이 쌓이면서 피로감이 생겼어요.
  • MBTI를 소재로 한 콘텐츠가 쏟아지면서 새로울 게 없어졌어요.

유행은 보통 가장 뜨거울 때 식기 시작해요. 엠브레인 트렌드모니터가 2023년 만 19~59세 1,000명에게 물었을 때 78.3%가 누군가에게 MBTI 질문을 받아 봤다고 답했어요. 다른 사람에게 MBTI를 물어본 적 있다는 응답도 2021년 28.6%에서 2023년 48.0%로 늘었고요. 거의 모두가 한 번씩 묻고 답해 본 셈이니, 이제 와서 또 묻는 게 새삼스럽게 느껴지는 것도 무리는 아니에요.

숫자로 보는 MBTI 인식

설문을 보면 사람들은 MBTI를 꽤 잘 알면서도, 동시에 적당히 거리를 두고 있어요.

질문결과조사
MBTI 질문을 받아 본 적 있다78.3%엠브레인 트렌드모니터, 2023, 만 19~59세 1,000명
MBTI가 무엇인지 잘 안다2021년 53.9% → 2023년 77.0%엠브레인 트렌드모니터, 2023, 만 19~59세 1,000명
다른 사람에게 MBTI를 물어본 적 있다2021년 28.6% → 2023년 48.0%엠브레인 트렌드모니터, 2023, 만 19~59세 1,000명
MBTI는 재미로 보는 성격 테스트 중 하나64.4%엠브레인 트렌드모니터, 2021, 만 19~59세 1,000명
MBTI로 상대를 성급하게 일반화할 수 있다71.4%엠브레인 트렌드모니터, 2021, 만 19~59세 1,000명
MBTI 검사 결과를 신뢰한다전체 36%, 18~29세 52%한국리서치, 2021년 12월 조사, 만 18세 이상 1,000명

재밌는 건 신뢰한다는 응답이 과반을 넘은 건 18~29세뿐이었다는 점이에요. 전체로 보면 믿는다는 사람이 셋 중 한 명 정도예요. 많은 사람이 MBTI를 "재미로는 좋은데 사람을 판단하는 기준으로 쓰긴 좀 그렇다" 정도로 보고 있다는 뜻이죠.

요즘은 에겐·테토로 넘어갔다고?

MBTI 다음으로 한동안 화제가 된 게 에겐, 테토 유형 놀이예요. 섬세하고 부드러운 쪽을 에겐, 직진하고 털털한 쪽을 테토로 나눠서 "나는 에겐남이야", "쟤는 완전 테토녀지" 하는 식으로 쓰죠. 네 글자 대신 두 갈래라 가볍고, 새로 나온 말이라 신선하게 느껴졌어요.

그런데 가만히 보면 하는 일은 MBTI와 비슷해요. "나는 이런 편이야"를 짧은 말로 보여 주고, 서로 비교하며 노는 것. 유행하는 이름은 바뀌어도 사람들이 유형 놀이를 좋아하는 이유는 그대로라는 거죠. 그러니 MBTI가 늙크크가 된 건 MBTI가 틀려서라기보다 질문 방식이 낡아서에 가까워요.

그래도 MBTI를 알아 두면 좋은 이유

대화의 문을 쉽게 열어 줘요

처음 만난 사람과 할 이야기가 없을 때 MBTI는 여전히 편한 소재예요. 서로 결과를 알면 "그럼 여행 계획은 누가 짜요?", "주말엔 나가는 편이에요?"처럼 자연스럽게 다음 질문으로 넘어갈 수 있어요.

나를 설명할 말이 생겨요

"사람 많은 데 다녀오면 혼자 쉬어야 해", "계획이 틀어지면 좀 불안해" 같은 내 모습을 정리해 보는 계기가 돼요. 결과보다 결과를 보며 "이건 맞고 이건 아닌데?" 하고 따져 보는 과정이 오히려 나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돼요.

서로 다름을 가볍게 받아들이게 해 줘요

"쟤는 왜 저렇게 말하지?" 싶던 사람도 "아, 저 사람은 결론부터 말하는 게 편한 사람이구나" 하고 넘어갈 수 있게 돼요. 다름을 틀림으로 보지 않게 도와주는 거죠.

다만 이것만은 기억해 두세요

MBTI는 진단이 아니라 참고용 성격 테스트예요. 그날 기분이나 상황에 따라 결과가 바뀌기도 하고, 사람을 16가지로 딱 나눌 수도 없어요. 같은 유형이라도 성격은 제각각이고, 한 사람 안에도 여러 모습이 섞여 있어요. 그래서 채용이나 연애 상대를 거르는 기준으로 쓰는 건 맞지 않아요.

MBTI 대화, 늙크크와 센스 한 끗 차이

같은 MBTI 이야기도 어떻게 꺼내느냐에 따라 분위기가 완전히 달라져요.

이렇게 하면 늙크크이렇게 하면 센스
첫마디부터 "MBTI 뭐예요?"대화가 좀 풀린 뒤 "혹시 MBTI 믿는 편이에요?"
"아 T구나, 그래서 공감을 못 하는구나""T면 고민 얘기할 때 해결책부터 떠올라요?"
네 글자로 성격을 다 안다는 듯 말하기결과보다 "진짜 그래요?"라며 본인 얘기 듣기
싫다는 사람에게 굳이 끝까지 묻기"안 믿어요"라고 하면 바로 다른 주제로 넘어가기
궁합 안 맞는 유형이라며 선 긋기다른 점을 재미있는 차이로 이야기하기

핵심은 MBTI를 결론이 아니라 질문의 시작으로 쓰는 것이에요. 네 글자를 듣고 판단을 끝내면 늙크크, 네 글자를 계기로 상대 이야기를 더 들으면 센스예요.

늙크크 버전
근데 MBTI 뭐예요?
민지음 ISTJ요
아 ISTJ면 완전 원칙주의자네요 ㅋㅋ 융통성 없다는 말 많이 듣죠?
민지아.. 그런가요 ㅎㅎ
센스 버전
혹시 MBTI 같은 거 믿는 편이에요?
민지반반? 재미로는 봐요. ISTJ 나오던데
오 맞는 거 같아요?
민지계획 세우는 건 진짜 맞아요 ㅋㅋ 여행 가면 엑셀 만들어요
헐 저 그런 사람이랑 여행 가는 게 꿈이에요

두 대화 모두 같은 질문에서 시작했지만, 아래는 상대가 자기 이야기를 더 꺼내게 만들어요. MBTI가 대화를 닫는 말이 아니라 여는 말로 쓰인 거죠.

늙크크 걱정 말고 한 번 해 보세요

MBTI가 한물갔다는 말은 반은 맞고 반은 틀려요. 어디서나 묻던 시절은 지났지만, 나를 한 번 정리해 보고 다른 사람과 가볍게 이야기를 나누는 도구로는 여전히 쓸 만해요. 남에게 묻기 전에 내 결과부터 제대로 알고 있는 게 먼저이기도 하고요.

오래전에 해 본 결과가 가물가물하다면 MBTI 테스트로 지금의 나를 다시 확인해 보세요. MBTI 얘기만 나오면 괜히 찔린다면 늙크크 테스트로 내 유행 감각이 몇 년도에 멈춰 있는지 볼 수 있고, 요즘 유형 놀이가 궁금하다면 에겐테토 테스트도 해 보세요. 셋 다 해 보고 친구들과 결과를 비교하면 그게 제일 센스 있는 MBTI 대화예요.

자주 묻는 질문

Q. 요즘 MBTI 물어보면 정말 늙크크인가요?

첫마디부터 묻거나 네 글자로 사람을 단정하면 그렇게 느낄 수 있어요. 대화가 어느 정도 풀린 뒤 "믿는 편이에요?"처럼 가볍게 묻고, 상대 이야기를 더 듣는 식이라면 여전히 괜찮은 대화 소재예요.

Q. MBTI 유행은 끝난 건가요?

어디서나 묻던 열기는 식었지만, 설문에서도 많은 사람이 MBTI를 잘 알고 재미로 즐기고 있어요. 에겐·테토 같은 새 유형 놀이가 나온 것도 유형으로 나를 표현하는 재미 자체는 여전하다는 뜻이에요.

Q. MBTI 결과가 할 때마다 달라요.

이상한 일이 아니에요. 그날 기분이나 요즘 상황에 따라 답이 달라질 수 있고, 두 성향 사이에 걸쳐 있는 사람도 많아요. 결과 하나보다 여러 번 해 보며 자주 나오는 쪽을 참고하는 게 좋아요.

Q. MBTI로 연애 궁합을 봐도 되나요?

재미로 보는 건 괜찮지만, 궁합이 안 맞는 유형이라고 선을 긋는 건 아까운 일이에요. 같은 유형이라도 사람마다 다르고, 실제 관계는 대화하고 맞춰 가는 방식에 훨씬 크게 좌우돼요.

참고한 조사